위스키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 마치 외국어를 배우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건 셰리 몬스터네", "레그가 아주 진해", "엔젤스 쉐어가 많이 일어났나 봐" 같은 말들이 오가면 입문자들은 당황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런 독특한 용어들은 위스키의 역사와 과학, 그리고 술꾼들의 낭만이 담긴 일종의 '비밀 암호'와 같습니다. 위스키를 마실 때 아는 척하기 딱 좋은 용어들 정리해 드립니다.

1. 캐릭터가 확실한 별명들: '셰리 몬스터'와 '피트 밤'
위스키의 맛과 향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애호가들은 위스키에 마치 생명체 같은 별명을 붙여주곤 합니다.
- 셰리 몬스터 (Sherry Monster): 셰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아주 진하게 숙성되어, 간장처럼 어두운 색과 폭발적인 과일 잼, 초콜릿 풍미를 내뿜는 위스키를 말합니다. 그 맛이 마치 괴물처럼 강력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피트 밤 (Peat Bomb): '셰리 몬스터'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용어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이탄(Peat)을 태워 맥아를 건조할 때 배어든 훈제 향, 병원 소독약 냄새, 요오드 향이 입안에서 폭탄처럼 터지는 위스키를 일컫습니다. 아일라 섬의 위스키들이 대표적이죠.
- 골든 몰트 (Golden Malt): 아버펠디를 이야기할 때 나왔던 용어로, 황금빛 물과 꿀 같은 달콤함을 지닌 우아한 스타일의 위스키를 상징합니다. 몬스터나 밤(Bomb)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고급스러움을 강조할 때 쓰입니다.
이런 용어들은 단순히 맛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위스키의 '성격'을 단번에 파악하게 해주는 유용한 지표가 됩니다.
2. 시음의 과학과 낭만 사이: '레그'와 '엔젤스 쉐어'
위스키를 잔에 따르고 관찰할 때 쓰는 용어들은 위스키가 지닌 물리적인 특성을 아주 감성적으로 표현합니다.
- 레그 (Legs): 잔을 살짝 돌린 뒤 벽면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액체 줄기를 말합니다. '다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레그가 천천히 내려올수록 당도가 높거나 알코올 도수가 높고, 바디감이 묵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엔젤스 쉐어 (Angel's Share): "천사의 몫"이라는 뜻으로,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동안 매년 2~3%씩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옛 양조업자들은 술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천사들이 맛있는 술을 마시고 간 대가로 우리 술을 맛있게 익혀준다"라고 믿었습니다. 고 숙성 위스키가 비싼 과학적 이유이기도 하죠.
- 피니시 (Finish): 술을 삼킨 뒤 입안과 목구멍에 남는 여운을 말합니다. "피니시가 길다"는 말은 삼킨 후에도 향이 오랫동안 머문다는 뜻으로, 고급 위스키를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3. 컬렉터를 위한 실전 용어: '캐스크 스트렝스'와 '에어링'
위스키를 직접 구매하고 보관할 때 꼭 알아야 할 실무적인 용어들입니다.
- 캐스크 스트렝스 (Cask Strength, CS): 오크통에서 꺼낸 원액에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추지 않고 그대로 병에 담은 술입니다. 보통 50~60도 이상의 고도수로, 위스키 본연의 강렬한 힘을 느끼고 싶은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키워드입니다.
- 에어링 (Airing): 병을 오픈한 뒤 공기와 접촉시키는 과정입니다. 갓 딴 위스키는 알코올 기운이 강해 향이 가려질 수 있는데, 에어링을 거치면 거친 알코올은 날아가고 숨어있던 꽃, 과일, 견과류 향이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 넥 푸어 (Neck Pour): 새 병을 따서 처음 따르는 한 잔을 말합니다. 공기 접촉이 가장 적은 상태라 위스키의 '가장 신선하지만 가장 거친' 상태를 맛볼 수 있는 흥미로운 순간입니다.
용어를 알면 위스키의 이야기가 들립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위스키의 세계에서도 진리입니다. '셰리 몬스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진득한 단맛을 상상할 수 있고, 잔 벽의 '레그'를 보며 그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면 여러분의 위스키 라이프는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질 것입니다.
"비싼 술인데 그냥 취하려고 마시는 거 아니야?"라는 물음에, 이제는 당당하게 위스키 속에 담긴 '천사의 몫'과 '장인의 고집'을 이야기해 보세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용어는 무엇인가요?